1. 들어가며
난 유행에 따르는 것에 대한 저항감이 있다.
그건 독창성에 대한 (허세같은) 추구일 수도 있고, 흐름에 몸을 맡기는 걸 즐기지 않는 성향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. 그게 '남들과 같아야 한다'는 압박이나 '군중심리'로부터 자유로운 나의 삶의 저변에 깔려있나보다.
한강이라는 작가의 성별도 이번에 처음 알았을 정도로 한국문학계 흐름에 둔하기도 하다.
생물학자이자 작가이시기도 한 김영웅 박사님(링크)의 글을 통해 처음 문학적 스타일에 대해 처음 알았다.
https://brunch.co.kr/@youngwoongkim77/854
2. 폴리글롯의 궁금증
한국에서 노벨문학상이 탄생했다는 건 왠지 어마어마한 일로 다가왔다.
국제적으로 훨씬 더 인기가 많을 것 같은 무라카미 하루키가 이미 받았을까 찾아보니 아니었다.
막상 새로운 현상이라고 하기에도 흐름은 진작에 포착되었다.
영화 <기생충>의 제92회 아카데미상 작품상 수상, BTS의 글로벌히트, 넷플릭스의 <오징어게임> 대히트 등.
그 연장선에서 한국 문학작품이 세계적 인정(?)을 받았다는 것 같은 느낌이다.
하지만 폴리글롯(PolyGlot)/다중언어자로서 궁금증이 생겼다.
'잠깐. 한강 님은 한글로 글을 썼고, 심사위원들이 그걸 한글로 그 책을 읽었을리가 없다.'
그럼 이건 내가 그 책을 한글로 읽는 게 아니라 영어번역본을 읽어야 심사위원들의 시선을 공유할 수 있는 게 아닐까?
,언어를 100%번역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건 큰 착각이다.
사물은 가능하지만, 문장은 불가능하다. 한 문장의 번역률이 90%라고 하면, 한 문단의 번역률은 80%, 한 장(chapter)의 번역률은 75%, 한 권으로 가면 70%~60% 라고 생각해왔다.
번역가에게 수상금액의 20%를 주어도 된다고 생각할 정도로 이번 수상은 번역가 (역시) 훌륭한 것이다. 데보라 스미스(Deborah Smith)님도 이 불가능한 임무를 수상으로 이끈 공신이기 때문에 한강만큼 (어쩌면 그 이상으로) 대단하다고 생각한다.
3. 아마존(Amazon.com)이 한강 님을 대하는 태도
아마존에서 검색하니 작가명도 두 개로 나왔다.
하나는 Han Kang, 또 다른 하나는 Kang Han.
(아래 사진 참고)
동일인물인데 헷갈린다.
노벨문학상 수상작이라는 표시가 있는 커버의 작품은 $13.**, 표시가 없는 작품은 $10.99이다.
시높시스를 보니 내가 즐길만한 장르의 소설이란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.
하지만 궁금했다.
아직도 궁금하다.
한글 소설을 어떻게 번역했을지.
업무개시 전 선배와 '전 영어로 읽어볼까 고민 중이에요' 라고 말해놓고 불과 5분도 안되어 충동구매를 도발하는(?) 노란버튼 [Buy now with 1-Click] 을 눌렀다. 물론 더 싼 버전으로.
노벨문화상 수상이라고 세일을 할까? 프리미엄이 붙을까 잠시 고민했지만, 자본주의의 상징적 존재인 아마존은 전자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. 쇄골과 어깨라인 흉부의 상반부를 찍은 사진의 커버가 좀 애매하지만..어차피 디지털 전자책이다.

구매를 한 후, 글을 위해서 이미지 캡처를 하려 보니 ...작가명도 책도 달라졌다.
아침에는 분명 두 개 였던 작가명과 도서가 불과 두 시간도 되지 않아 하나로 통합되었다.

구매가능한 버전은 하나만 남았고, $14.29 가 되었다.
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영어본을 읽고 싶으신 독자분을 위해 실험을 해보았다.
내가 구매한 책의 웹페이지 링크를 다른 브라우저로 열어보니 $12.99에 팔고 있다.
(2$ 싸게 구매하시려면 여기서 구매하시면 되겠네요. 링크)
다른 책들도 있다. 5권이 나온다.

아마존에서 확인된
'노벨문학상 수상작' <채식주의자> The Vegetarian: A Novel,
작별하지 않는다 -> We Do Not Part: A Novel
소년이 온다->Human Acts: A Novel
흰 -> The White Book
희랍어 시간 -> Greek Lessons
지금 글을 쓰는 이 시간에도 아마존은 열심히 커버를 바꾸며 가격을 올리고 있을지 모른다.

4. 언론의 두 가지 시선
언론은 편집의 힘으로 메시지를 싣는다.
직접 언론사가 기자의 이름을 내세우며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은 한정되어 있다.
공영방송, 공영언론이 아닌 이상, 결국 광고주와 자본의 힘이 여론을 움직이기 쉽다. 서른이 넘으니 그런 게 보였다. 생각없는 독서가 사람을 바보로 만들기 쉽듯이 뉴스도 마찬가지이다.
이번에는 그게 사진에서 보였다.
인간은 시각적인 존재이다.
언론사 역시 이런 걸 알고 있다.
인터넷에서 본 작가 한강님 하면 지긋이 감으려는 듯 뜨려는 듯, 게슴츠레 라는 부정적인 뉘앙스의 언어를 사용하면 안 될 것 같은 눈매를 포착한 사진이 대부분이다.
물론 미적감각은 주관적이라 내 기준에 잘 나온 사진과 언론사 담당자 기준이 다를 수 있다.
백문이 불여일견.

내 기준에 좋은 인상의 사진들.
우연히 핸드폰에서 모바일 웹브라우저에서 뜬 기사를 보니 사진 느낌이 다르다.
작가 한강 님을 비판하는 소설가 김규나 님의 의견을 '소개'하는 신문사의 사진은 다른 것 같다.

물론 언론사에서 확보한 자신들이 찍은 사진을 사용해야하기 때문에 자료 아카이브의 한계일수도 있다. 하지만 왠지 '다른 느낌'의 사진들은 예쁜 사진을 고려주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것 같다. 역시 개인적인 감상의 한계이다.
5. 새로운 시대
한국인이 쓴 소설이 노벨상을 받았다.
이건 한글이 먹혔다가 아니다.
한국인이 쓴 서사/이야기/내러티브가 지금 국제사회의 기준과 맞물렸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싶다. 영화 '기생충'도, 소설 '채식주의자'도 모두 훌륭한 작품일 거다. 하지만 국제사회에서의 수상은 잘 만들어졌기 때문에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다.
글의 깊이를 담당하는 건 철학적 깊이만으로는 부족하다.
시대의 정신과 맞물려야 한다.
아마 '소수를 옹호하는' 서구사회의 진보주의 주류 문화가 '한국'이라는 문화권을 선택한 건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거다.
그리고 아마 주목해야 할 것은 봉 감독님도 한 작가님도 모두 'ㅇㅇ상 받아야지!' 라고 결심해서 쓴 게 아닐 거라는 건다.
열정을 쫓아 하다보니
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하다보니
무작정 열심히만 하지 않고 - 그 이상의 것을 연구하며 탐구하며 도전을 멈추지 않았더니
이런 미래를 맞이하게 된 게 아닐까.
그런 새로운 시대에서 내가 브런치나 블로그에서 읽었던 글의 작가님이 또 다른 국제적인 상을 수상하는 미래도 열리지 않을까 기대해본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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